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 보다. 씨앗을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-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. - 잘 자라 기쁠 것 같아.
늦가을 배추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. -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?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?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.